LA 다저스 투수 태너 스캇.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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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를 뒤흔든 태너 스캇 사건

메이저리그까지 번진 SNS 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LA 다저스의 투수 태너 스캇(31)은 최근 SNS를 통한 무차별적 테러를 받으며 극단적 선택까지 언급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의 아내 매디 스캇은 가족을 향한 노골적인 살해 협박 메시지들을 공개하며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절규했고, 이는 SNS 폭력이 단순한 비난을 넘어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임을 드러냈다.

스캇이 받은 메시지들은 경기 결과에 따른 일반적인 비난을 훨씬 초과했다. 팬들은 "너희 아이들을 죽여주겠다", "우리가 알아낼 것이다"라는 직접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았고,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수십 개의 협박 메시지가 쏟아졌다. 결국 스캇은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이 사건은 MLB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 야구계의 만성적 SNS 폭력

SNS 폭력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따른 악플 뿐만 아니라 신상 공개, 신변 협박까지 경험하고 있다.

KBO 선수협은 올해 들어 SNS 폭력 대응을 위한 공식 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선수협은 "디지털 시대에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팬심이 악의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기 결과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지만, 선수의 인격 모독과 신변 위협은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온라인 명예훼손 처벌 수준이 미흡하며, 플랫폼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KBO 선수들이 받는 악성 댓글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KBO 관계자 집계 결과, 선수 관련 악성 댓글은 전년 대비 47% 증가했으며, 이 중 신변 위협성 댓글은 156% 증가했다. 특히 패배 책임자로 지목된 투수나 말썽을 낸 선수들은 집중적인 테러를 받으며, 일부 선수들은 SNS 활동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악순환의 고리' 어디서 끊을 것인가

SNS 폭력이 악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이 비난을 받으면 심리 위축으로 경기력이 저하되고, 저하된 경기력은 더 많은 비난을 낳는 악의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개별 선수뿐 아니라 팀 전체의 사기 저하로도 이어진다.

또한 SNS 폭력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야구가 선수들에게 더 이상 '게임'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변모하고 있다. 태너 스캇이 극단적 선택을 언급했던 것, 한국 선수들이 속속 SNS를 탈퇴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운동선수로서의 기본적인 인권과 신변 안전이 침해되면서,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플랫폼·법적 조치·팬문화 개선 모두 필요

전문가들은 SNS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다층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 플랫폼 차원의 자정: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는 신변 협박, 살해 위협 등 명백한 범죄성 댓글에 대해 현재보다 훨씬 신속한 삭제 및 사용자 차단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MLB 메이저리그는 이미 플랫폼들과 협약을 체결해 폭력적 댓글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거 체계를 갖춘 상태다.
  • 법적 강화: 현재 한국의 온라인 명예훼손죄는 처벌 수준이 낮은 편이다. 신변 협박과 살해 위협의 경우 명백한 협박죄·위협죄로 분류해 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온라인 협박을 연방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 팬문화 개선: 야구 팬 커뮤니티 운영진들이 폭력성 댓글에 대한 엄격한 자정 기준을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삭제·차단해야 한다. KBO와 각 구단도 팬 교육 캠페인을 통해 '비판과 협박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건전한 팬문화 조성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 일부 해외 리그는 이러한 대응들을 시행한 이후 SNS 폭력이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팬 차별·협박 댓글에 대한 집단 수사를 진행해 수백 명을 검거했고, 이후 폭력적 온라인 댓글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선수의 기본 인권 보호가 우선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야구는 스포츠이고, 스포츠는 인간이 펼치는 경쟁의 장이어야 한다. 경기 결과에 대한 팬들의 비판과 지지는 스포츠의 활력이지만, 신변 협박과 살해 위협은 명백한 범죄다. 태너 스캇과 한국 선수들이 겪고 있는 SNS 테러는 더 이상 '팬의 과도한 열정'으로 포장될 수 없다.

선수협·구단·플랫폼·법 집행 기관이 합력해야 할 때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기본 인권과 신변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구는 점점 더 많은 선수들에게 '더 이상 즐거운 게임이 아닌 공포의 전장'으로 변할 것이다.